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아이패드에서 사진을 배경으로 놓고 그렸다.
편하게 그릴 수 있었지만, 내 힘으로 그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생각했던 구도를 그림으로 표현 할 때 그동안 느꼈던 것과 많이 달랐던 그림이다.
사진을 대고 그리니 그동안 그렸던 그림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가 된다.

나의 가정식 파스타

잠이 오지 않아 야식으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불면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밤이 늦었지만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프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게 된다. 잠이 드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새벽을 맞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배고픈데도 잠들 수 있다면 파스타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바질과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파스타. 맥주와 함께라면 뭐든지 맛있지

파스타는 내가 할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라면 보다 쉽게, 라면 보다 폼나게, 라면 보다 건강하게. 라면에겐 미안하지만 내게 파스타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초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집에 파스타 면이 있다면 나머지 재료는 무엇이든 상관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간소하게, 있으면 있는대로 화려하게. 나의 파스타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가 원칙이다.

물을 끓인다. 소금을 넣는다. 한꼬집 두꼬집 정도의 소금. 좀 많다 싶을 정도의 소금도 괜찮다. 나중에 간을 덜 하면 되니까. 소금물이 끓을 때 면을 넣는다. 영화에서 처럼 파스타 면을 세워 놓으면 촤르륵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도 보기 좋다. 냄비가 넗지 않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면을 물 속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냄비 끝에 걸린 면이 뜨거운 열에 그을려 탈 수 있다. 젓가락이나 집게로 물에 담긴 면을 잡고 흔들어 면 전체를 물에 잠기도록 한다. 물에 녹은 소금을 풀어주는 느낌이어도 좋고 아무 생각이 없어도 좋다. 그저 면을 물에 잠기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리저리 면을 흔들어 주는 거다. 이 때 냄비의 뚜껑을 닫지 않는다. 뚜껑을 덮어 놓으면 거품이 생겨 물이 넘칠 수 있다. 괜한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그냥 뚜껑을 열어 놓은 채 다음 단계로 간다.

면을 삶는 동안 재료를 준비한다. 첫번째는 마늘. 마늘을 납짝하게 눌러 으깬다. 칼로 얇게 써는 마늘이 보기는 좋지만 맛을 위해선 으깨는 것이 좋다. 마늘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또 괜찮다. 우리집 냉장고엔 마늘이 떨어졌다. 찬장 구석에 양파가 있다. 있는 재료는 무조건 사용한다. 양파 껍질을 벗기고 조그맣게 썬다. 반개만 사용한다. 양파는 칼 질 연습하는 기분으로 한다. 꼭지 부분까지 칼집을 내고, 가로로 또 칼집을 내고, 꼭지 반대쪽 부터 차례로 썰어 나가면 밥 알갱이 처럼 혹은 작게 썰은 깍두기 처럼 양파가 조각난다. 만약 양파가 없다면 없는대로 또 괜찮다. 버섯이 있다면 버섯을 사용해도 좋고, 닭가슴살 혹은 소고기 등심 같은 것이 있다면 물론 사용해도 좋지만 일부러 구입하지 않은 이상 집에 보관되어 있을리가 없지. 조개가 있어도 좋고 새우가 있어도 좋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오늘은 버섯도, 닭가슴살도, 소고기도, 조개나 새우도 없다. 그냥 양파 반쪽만 넣는다.

면이 좀 삶겼는지 확인한다. 휘휘 저었을 때 살짝 저항하는 느낌 정도가 좋다. 완전히 풀려 있는 것 보다 살짝 저항하는 정도. 면발 하나를 건져 맛 보았을 때 살짝 짭쪼름 한 맛이 나면서 살짝 딱딱한 느낌이 살아 있는 것이 나는 좋더라. 완성했을 때 부드러우면서 살짝 꼬득꼬득한 느낌의 면발을 만드려면 지금은 좀 덜 풀어진 느낌이어야 한다. 이 상태를 알-덴테 라고 하던가. 적당히 익은 면을 물에서 빼 내고 올리브 오일을 뿌려 두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냥 채에 건져 놓기만 했다. 아직 면을 삶은 물을 버려선 안 된다. 버린다 하더라도 최소한 반컵 정도는 남겨 두어야 한다. 나중에 면을 볶을 때 사용한다.

물, 소금, 면 만으로도 맛이 난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다. 마늘이 있다면 마늘과 올리브 오일을 함께 두른다. 오늘은 마늘이 없으니 올리브 오일만 둘렀다. 올리브 오일이 없다면? 식용유 써야지. 그래도 올리브 오일 정도는 있어야 파스타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올리브 오일은 있는 걸루 한다. 집에 할라피뇨가 있어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넣었다. 마늘도 없는 올리브 오일에 할라피뇨만 덩그러니 들어갔다. 역시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넣는다. 할라피뇨는 매운 향을 내는데 사용한다. 파스타가 완성된 후에 먹으면 너무 맵다. 입에 넣지는 않을 것이다. 할라피뇨가 없다면 매운 청양 고추를 사용해도 좋고, 없으면 넣지 않는다. 올리브 오일은 넉넉하게 두른다.

가스랜지 불을 붙여 팬의 온도를 올린다. 기름이 뜨거워지면 양파를 넣는다. 마늘이 있었다면 마늘 즙이 기름에 잘 베일 때까지 기다리지만 오늘은 마늘이 없었으니, 올리브 오일이 조금 데워졌을때 양파를 투척한다. 양파 색깔이 좀 변하기 시작할 때 면을 넣는다. 뜨거운 기름에 물이 들어가니 소리가 요란하고 연기가 난다. 하지만 면 때문에 팬의 온도가 떨어져 금방 진정된다.

후추 한 꼬집 정도를 넣고, 바질도 한 꼬집 정도 넣었다. 바질은 대부분 집에 없다. 없으면 안 넣는 거다. 없는데 어떻게 넣겠나. 없으면 안 넣고, 있으면 넣고. 바질 없다고 파스타 안 되는 건 아니다. 후추와 바질이 섞이도록 팬은 흔든다. 요리용 긴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집게를 사용해 저어준다. 저으면서 팬을 흔들면 요리 전문가 느낌이 난다. 남겨 두었던 면수를 붓는다. 면이 잠길 정도로 많이 붓는 것이 아니다. 1/3컵 정도. 면이 젖을 정도면 충분하다. 면수가 줄어들 때까지 팬을 흔들면서 저어준다. 뜨거운 팬에서 면수가 쫄아 면에 더 찰싹 붙는 느낌이다.

이제 완성단계. 이대로 먹어도 좋다. 파마산치즈가 있다면 넉넉하게 뿌려준다. 피자 시켜 먹고 남은 치즈도 좋다.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만다. 치즈가 없다면 계란 노른자도 좋다. 흰자를 넣으면 뭉쳐지니까 노른자만 사용한다. 흰자는 버린다. 아까우면 마시든가. 팬의 불을 끈 상태에서, 팬에 남아 있는 열기를 사용한다. 계란 노른자가 면에 코팅이 되도록 비빈다. 면에 계란 노른자가 골고루 묻을 수 있도록 저어준다. 팬에 직접 닿으면 금방 익어버리니 팬에 닿기 전에 면에 골고루 묻도록 저어준다. 계란 노른자가 면에 코팅이 되고 거기에 후추 가루가 붙어 있으면 까르보나라지. 계란과 후추가 면에 찰싹 붙어 멋진 모양이 된다. 계란이 없으면 안쓴다. 모든 재료가 없어서 면만 끓여 냈더라도 먹을만하다. 마늘, 양파, 할라피뇨, 바질, 후추가 없어도 소금을 풀어 놓은 물에 면을 끓여 내면 그것 만으로도 먹을만하다. 아, 올리브 오일은 있어야지. 소금물에 파스타 면과 올리브 오일, 이렇게 3가지는 있어야 파스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플레이팅. 귀찮으면 팬에 담긴 채로 먹는 것도 괜찮지. 나는 이왕이면 접시에 예쁘게 담겨 있는 것이 좋더라. 한밤중이고, 잠이 안와서 먹는 야식이라 하더라도, 금방 해먹고 치울 음식이라도 이왕이면 예쁘게 차려 먹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파스타를 이쁘게 담아 내기가 쉽지 않다. 어렵다. 높이 쌓는게 보기 좋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이러나 저러나 모양 내기는 어렵다. 팬에서 면을 건져 접시에 쌓는다. 요리용 젓가락으로 둥굴게 말아도 좋고, 집게로 건져 올려 쌓는 것도 좋다. 그리고 팬에 남아 있는 떨거지들을 면 위에 올린다. 옆으로 퍼지게 하는 것 보다 높이 쌓는게 보기 좋다고. 접시에 튄 소스(올리브 오일)을 닦아 내면 끝.

면수 덕분에 좀 짭짜름해진 파스타가 되었다. 꾸덕꾸덕 씹는 느낌이 살아있는 파스타다. 어때? 괜찮은 파스타가 완성된거야? 하루 아침에 잘 되기는 어렵지. 하다보면 맛이 좀 나긴 하더라고. 그래도 라면 보다 폼나잖아. 초라해 보이지도 않고. 그럼 맛있게 드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