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싸움을 못 하는 형사

강력반 형사 A는 유단자지만 싸움을 못한다. 유단자 단증은 여러 가지 자격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 더 챙긴 스펙 중 하나다.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시험을 보았고 그 중에 합격한 것이 경찰 공무원이다. 평소 체육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호신용으로 배운 운동을 시험 치듯 하다 보니 유단자가 된 것이다.

“형사는 싸움 못 해도 됩니다. 잡고 경찰서까지 데려 오면 이기는 겁니다. 싸움으로 이길 필요가 없습니다. 지가 아무리 싸움 잘 해도 나는 다른 형사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도망 가봤자 살 길이 없습니다. 버티고 악쓰고 때려 봤자 데려오면 끝입니다.”

버티는 것이 특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지간한 고통은 견딘다. 빠르진 않아도 오래 달릴 수 있다. 한 번 추적을 시작하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때리면 맞는다. 맞아도 참고 버틴다. 별명이 거머리다.

“범인하고 나하고 서로 버티면 누가 죽습니까. 한 달 동안 도망 다니고 잡으러 다니면 지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나는 일하고 있는 거거든요. 월급 나와요. 이게 쌓이면 어떻겠습니까. 잡히는 게 지가 사는 겁니다. 도망 다닐수록 지만 힘든 겁니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성격은 아니다. 주어진 것을 소화해 내는 것뿐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 좋다.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한다. 어떻게든 해낸다.

(원고지 4.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