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식곤증

점심을 먹고 식곤증에 꾸벅꾸벅 고개가 꺾인다. 사무실에선 커피믹스가 땡긴다. 집에선 생각도 안 할 믹스커피를 원두커피보다 더 자주 마신다. 커피를 마셔도 스트레칭을 해도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수 없다. 창밖을 내다보며 왔다 갔다 몸을 움직인다. 해야 할 일과 하기 싫은 일이 똑같이 남았다. 하기는 해야 할 텐데 귀찮은 일은 손에 잘 잡히지 않으니 마음만 급하고 진도는 나가지 못한다. 효율이 떨어지는 날이다.

창밖을 내다보면 봄인데, 문밖에 나서면 겨울이다. 아직은 춥네. 나뭇가지가 앙상해서 거리 풍경도 잘 보인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소리가 나지 않게 틀어 놓은 영화 같다. 끊이지 않고 지나가는 차들과 종종걸음으로 뛰듯 걷는 사람들,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비보호 좌회전 차들이 깜빡이를 켜고 기다린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어도 쌩쌩 지나가는 차들, 최고 속도로 주행하지만 천천히 지나가는 리어카를 바라본다. 꿈뻑꿈뻑 식곤증은 가시지 않는다.

(원고지 2.4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