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선물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다 보니 소지하는 형태의 선물은 부담스럽다. 반지나 목걸이 같은 의미 있는 물건은 더더욱 끔찍하다. 선물을 주는 입장에서야 부담 갖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잃어버렸을 때 어찌 서운하지 않을까. 관리를 소홀하게 한 것이 소중한 마음을 갖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선물이 부담이 되고 잃어버리는 게 부담스러우니 받은 선물을 모시고 살게 된다.

내가 선물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걸 보게 되면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선물한 것에 대한 것도 잊어버리고 그 사람의 것이니 그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상관하지 말아야 할 테다. 사람 마음이 마음먹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을 먹어야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왕이면 보관하고 유지하는 선물보다 먹고 없어지는 선물이 좋다. 함께 먹는 동안 즐거울 수 있고 즐거운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테니 애지중지 모시고 살아야 하는 선물 보다 마음도 편하고 잊어버릴까 봐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선물은 마음을 표현하는 인사다. 인사가 필요한 자리에 함께 건네는 선물. 잘 주기도 어렵고 잘 받기도 어렵다.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인데, 도구만 보이고 마음이 잘 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다. 주는 마음이 아무리 고와도 받는 마음이 다를 수 있고 받는 마음이 아무리 공정해도 주는 마음에 욕심이 있을 수 있다. 인사가 어색하고 선물이 부담스러우니, 이거 참 사회생활 어렵구나.

(원고지 3.9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