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구내식당과 점심시간

구내식당에 가지 않는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긴가민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식당이지만, 그래도 모두가 직원인데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는 얼굴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기가 참 어색하다. 애매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게 된다. 특히 입을 열고 음식을 입에 넣고 있는 타이밍에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것도 인사를 받는 것도 불편하다.

사람 수보다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생기고, 기다리지 않으려고 서로 일찍 식당을 찾다 보니 식사시간이 30분이나 당겨졌다. 긴 줄이 줄어드는 동안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게 되는데 보는 쪽이나 보이는 쪽이나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식사중인 식판 위로 떨어지는 시선도 불편하고.

점점 몸집이 불어나서 그런지 구내식당에 가지 않는 것을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봤자 살 안 빠진다고 편하게 밥 먹으라 한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번잡한 식당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낮잠이나 자고 싶기도 해서 그냥 안 먹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사람들은 사무실을 나선다.

슬금슬금 졸음이 오더니 사람들이 나가고 조용해지자 그냥 잠만 자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편의점 앞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시간이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이다.

(원고지 3.79장)

037. 대학로

대학로에 왔다. 회사일로 답사를 온 것이지만 답사 이후에 가지는 뒤풀이가 메인 이벤트다. 일로 만나는 미팅은 점심식사와 함께 끝났다. 저녁 식사 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커피점에서 우리팀 회의를 한다. 이미 결정만 사항, 앞으로 결정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뭐 하나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라던 사항이 어느새 “이미 결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로 바뀐다. 이미 결정 났으니 이제 협조하라,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적응될 것이다. 회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통보다. 혹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까봐 하는 회의 때문에 여러사람 현혹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것은 팀원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회의에 흥미가 떨어지고 각자 할 말이 없어지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 저녁 술 시간이 되면 회사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말자고 하지만 회사 일로 모인 사람들이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원고지 2.63장)

036. 독서감상문

밤이 깊었다. 김훈의 소설 <공터에서>를 읽었다. 초라한 사람들의 사소하고도 비루한 (소설에 자주 나오는 표현) 이야기를 읽었다. 그렇지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열심히 사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일을 꾸역꾸역 해내야 하는 치열함에 관한 이야기다.

스타일이 매력적인 글이지만, 그래서 뭐지? 하는 의문은 남았다. 우리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 그래서 뭐지, 뭐 어쨌다는 건가, 어쩌라는 거야 하는 의문이 남는다.

(원고지 1.2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