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강철군화 – 잭 런던

강철군화는 <소설 자본론> 혹은 <소설로 배우는 정치경제학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나는 최근에서야 이 책을 알게 되어서 읽게 됐는데 어떻게 이런 책을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책이다.

1905년경에 쓰인 소설이지만, 현재의 모습이든 미래의 모습이든 어디에 갖다 놓아도 이상하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자본과 사회에 관한 설명이 현실적이다. 미래 예언서 같기도 하고. 1905년경에 쓰였지만 소설의 배경은 1912년~1932년 사이고, 700년 후인 2030년 시대배경의 학자가 1930년대에 쓰인 원고를 발굴해 해설을 덧붙인 형식의 소설이다. 그런데 2018년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다.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한 사람이 쓴 책 같다.

몰입도도 있고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만큼 관심 있게 봤지만 기존의 소설이 주는 재미와는 다른 느낌이다. 소설적인 재미보다 자본가들과 혁명세력이 어떻게 충돌하고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 하는 것에 관심이 갔다. 사회과학 책으로 봤으면 재미없었을 내용을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느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맷 타이비의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노조들, 비정규직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니까 이런 현상은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그 구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현실 같은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 같다.

등장 하는 귀족계급의 각성처럼 이 책은 읽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런던의 사회주의를 향한 열정은 <강철군화>의 출간을 기점으로 급격히 퇴락한다. 돈 잘 버는 유명 작가가 된 후로는 자신과 노동자계급 간의 괴리를 더욱 극복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작가로 살고 싶은 욕망, 노동자들의 자생력에 대한 불신, 느려 터지기만 한 사회진화에 대한 회의로 말년의 런던은 혁명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저버린 채 생을 마감한다.”

해설에 나온 문장 덕분에 잭 런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고, 혁명가로 살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원고지 5.7장)

024.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을 읽었다.


민음사 북클럽을 통해 읽게 된 책 “빅 매직”을 읽었다. 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아니어서 당황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썼다. 그녀는 소설가지만 에세이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가장 유명하다. 소설로는 “모든 것의 이름으로”가 유명하다고 하나 아직 어느 것도 읽지 못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누구지? 하고 검색했을 때 TED 콘퍼런스 동영상이 먼저 나왔다. “창의성의 양육”, “성공, 실패, 그리고 계속 창조하려는 동력”이라는 강연이다. “빅 매직”의 내용은 바로 이 강연들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겠다.

빅 매직은 자기계발서 + 글쓰기 책이다. 그런 책이라면 읽지 않아도 대충 알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이다.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엔 훈계조의 말투나 열정, 노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글쓰기 책이라고 하기엔 딱히 어떻게 해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글쓰기 분야를 선택해 말을 할 뿐 창조에 관한 이야기, 즐겁게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창조성과 자신을 망치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해라 이 방법이 좋다”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했다 라고 말한다. 그만 좀 엄숙하고, 신성시하지 말고, 성공과 실패에 휘둘리지 말고, 실체도 없는 누군가에게 허락받으려 하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인지 서점 사이트의 분류에는 ‘에세이’라고 되어있다.

새로운 생각에 대한 놀라움, 공감, 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 힘을 내도록 이끄는 파이팅의 말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내 안에 자리 잡는다. 고마운 책이다. 그렇지만 다소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번역이다. 어차피 원문으로는 읽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테니 번역 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내용을 우리 말로 소개해 주어서 고맙지만 너무나 영어스러운 표현을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의 말들은 불편했다. 대표적으로 “당신”이란 말이 너무 많다. 그 단어를 빼면 원문의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본문의 ‘You’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당신’으로 표현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읽은 것이 북클럽 버전이라 아직 최종 수정하기 전 상태인지도 모른다.

의역, 의역에 가까운 직역, 원문의 변형을 거의 하지 않는 수준의 직역은 독자들 다수가 선택한 취향의 문제인가. 어떤 사람은 원문에 최대한 가깝에 하기를 바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의역을 하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책의 종류나 분야에 따라 편집자와 번역자가 선택해야 할 사항일텐데. 어느쪽이든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일상적인 한국어로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것 빼고는 다 좋았다.

(원고지 6.35장)

미야베 미유키 – 대답은 필요 없어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장편이 아니고 단편집이다. 화차의 원형이 된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하여 더욱 기대하며 보았던 것 같다. 단편은 단편대로 매력이 있다. 복잡하게 꼬이지 안고 스트레이트로 쭉 나가는 느낌이 있네. TV 드라마 특집 단편 같은 느낌.

단편은 다음 6편이 있었다.
대답은 필요 없어 / 말없이 있어 줘 / 나는 운이 없어 / 들리세요 / 배신하지 마 / 둘레시아에 어서 오세요

이 중에서 특히 “나는 운이 없어”, “배신하지 마”가 장편 “화차”와 비슷한 코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