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학암포, 방파제 낚시

FullSizeRender 4
일요일이고 마침 근무가 없는 휴일이었다. 날씨도 좋고 아직 시간이 이른 오전이었다. 떠나고 싶었다. 집에 계속 있다간 자꾸 움추러드는 생각과 의기소침해지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았다. 마침 바다 낚시도구도 장만 했고, 한번 다녀와서 대충 어떻게 하는 줄도 알겠고, 제대로 잡지는 못하더라도 가서 폼은 낼 수 있겠다 싶었다. 지난번 처럼 시화 방조제에 갈까도 싶었다가 그때 태안이 좋다는 얘기도 있었고 이왕 다녀 오는거 멀리 가보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떠났다.

2시간 정도 걸렸나? 바닷가는 따뜻하고 한적했다. 텐트를 치고 낚시대를 여러대 펼쳐 놓은 사람들이 보였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사람들 틈에 끼었다. 첫 자리는 능숙해 보이는 아저씨 옆이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자꾸 옆으로 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낚시대에 전해오는 바람이 심해서 물고기가 접근하는 것인지 바람인지 헷갈렸다. 아, 물고기가 접근하는 상황을 겪은 적이 없으므로 헷갈릴 수가 없는 일이지만 바람 때문에 혹시 물고기인가? 하고 의심할만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2번째 자리는 갯바위. 빈 낚시를 던졌을 때는 바늘이 잘 올라 왔지만 미끼를 끼우고 던지자 바닦에 바로 걸렸다. 추가 가라 앉는 동안 기다려서 그런가? 줄이 긴 상태로 2번이나 끊어 먹었다.

3번째 자리는 방파제. 사진을 찍은 자리다. 안정감이 있고 주변에 사람도 없었다. 아래쪽에 앉아 있었는데 파도가 치면서 물이 순식간에 들어왔다. 당황스러운 속도였다. 조금 위로 자리를 옮겨 지금 사진과 같은 자리를 잡았다 탈출구가 가까이 있어서 안심이 됐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자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냥 사람들과 좀 떨어진 자리, 조용한 자리, 혼자가 어색하지 않은 자리, 사람들과 너무 동떨어져 물이 차는지도 모르는 자리가 아닌 자리, 그런 자리가 필요 했었다. 이 자리가 딱 그렇다. 낚시의 성과와 상관 없이 조용히 있기 좋은 자리, 주변 사람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고립되지도 않은 자리.

울렁거리는 거대한 바다와 파도 소리가 좋았다. 기침도 사라졌다. 호흡도 안정됐다. 그래서 기침이 다 나은 줄 알았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조금 춥기는 했다. 그래도 좋았다.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시간은 잘 가지 않았다. 훌쩍 시간이 지나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다가 시계를 보면 5분이나 지났나… 시간이 더디게 갔다. 지루하진 않았는데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깊은 사색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그냥 계속 바람이 불었고, 파도가 다가 왔고, 바다가 울렁울렁 물결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