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인정 받는 것에 대한 생각

어렸을 때 본 드라마인데, 고두심이 나오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어렴풋한 기억에 인간문화재, 재능, 명성, 인정 그런 단어들이 생각난다. 고두심은 실력이 좋은 사람이지만 사람들의 인정은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는 역할이었다. 고두심의 대립으로 나오는 사람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실력은 뒤처지지만 처세가 좋아 인간문화재가 된다. 두 사람은 원래 한 선생님의 제자였는데 어찌어찌 하여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걷고 한쪽은 공식 제자로 인정되어 인간문화재가 되지만 고두심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는 당연히 고두심 중심으로 돌아가니 억울하기도 하고 고두심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바보 같아 보이고 그랬다.
(고두심의 출연작을 검색해 보니 1990년에 방영된 “춤추는 가얏고”인가 싶다.)

재능이 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같이 지내다 보면 그럴만하다 싶을 때도 있고,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실력에 비해 과한 인정을 받는 사람도 있으니 세상 일은 참 공식대로 되지는 않나보다.

고등학교때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투를 그린 것이었는데, 조영남의 작품 처럼 벽에 걸어놓고 보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화투를 그렸다. 볼펜으로 그렸는데도 사실감이 있었다. 그 외에도 교실 뒷 벽을 장식하는 수채화를 그리기도 했고 만화도 그려 보여주었다. 그림이 무척 다양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림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 예체능계를 지원할 집안 형편도 여의치 않았다. 그림은 그냥 재미로.

고3이 되어서 뜬금 없이 성악을 시작한 친구도 생각난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집이 잘 살았다. 아버지가 학교에 가끔 찾아왔는데 왔다 가면 선생님들이 좋아했다. 이 친구는 정학을 맞을 만한 사고도 많았지만 한번도 징계 받지 않았다. 성악을 시작하고 레슨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결과를 알지 못하지만 좋든 좋지 않든 어떤 대학이든 잘 입학했을 것이다.

그림으로 대학에 못간 친구가 그때는 실패로 보였다. 뒤늦게 성악에 입문한 친구는 좋은 환경 덕에 성공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성공은 어떤 것을 이루고, 도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진급하고, 등급을 올리는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생각,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 자기가 가진 기능의 효용성, 재미를 제공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평소와 달라 보이는 은근한 실력 그런 것들로 사회생활이 더 풍성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갑자기 성악을 시작한 친구도 그렇다. 유명한 성악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사업을 하면서 가끔 선보이는 성악곡들로 사람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내가 생각한 성공이란 남과 비교되는 성공이었던 것 같다. 남들 보다 잘난 상태, 남들 보다 좋은 환경을 가지는 것. 멋진 사람이 되는 것, 즐겁게 사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무슨 과목이든 성적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 점점 교훈적인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 글은,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원고지 8.2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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