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짜증나는 대화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말을 듣고 있으면 짜증이 올라오고 그냥 한 대 팍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사람. 딱히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말이다. 말투에 자신이 없고 느릿느릿 말을하고 작은 디테일을 설명하다 옆길로 빠지느라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뭐지? 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 A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A는 나쁜 짓을 할 사람도 아니고 열심히 살고 있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뭐랄까, 자신만의 세계에서 혼자만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황홀하게 상상에 빠져든다. 그 상상이 너무 그림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지만 본인이 진지하니 듣기는 듣는다마는,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수다스런 아줌마의 중구난방 날뛰는 이야기 소재를 따라가듯 A의 이야기는 디테일에서 디테일로, 부분적인 감상에서 감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일의 진행에 관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A는 그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일의 진행을 설명하려면 과정의 디테일을 설명해야 하고 디테일을 설명하려고 하면 그 순간 순간이 의미하는 것을 설명해야 하고, 순간의 의미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레 감탄이 나오는 감상이 생기는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리는 A의 이야기는 그래서 끝까지 듣기가 어렵다.

나는 A가 이야기 하는 도중에 말을 끊고 핵심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는 거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지요? 그럼 이것 하고 이것 두 개만 움직이면 되겠네요? 그렇죠?” 아무리 드리블을 해도 A는 각 동작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려고 한다. 나름 객관적인 설명을 하려는지 유명한 사람이라고,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라고, 유명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지가 궁금한데 그 사람의 프로필을 이야기하며 열을 올린다.

A와 나는 한 자리에 있어도 다른 층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가로와 세로는 한 점에서 만나기라도 하지. 차라리 멈춘 시계는 하루에 두 번 정확한 시간을 알린다. A와 나는 영원히 정확한 시간을 알리지 못하는 고장난 시계 같다. 움직이긴 하되 정확하지 않은 시계, 움직이지만 고장난 시계. A와 나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나는 A가 답답하고 A는 급하게 서두르는 내가 불편할 것이다. 나의 템포와 A의 템포가 다르다. 내가 불편한 것은 템포가 아니라 말투이긴 하지만, 그 근원을 살펴보면 템포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원고지 6.7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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