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 낚시

그곳에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저 넓은 저수지에 물고기가 있다고는 하나 정말 살고 있는지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바늘을 드리운 이곳에 물고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물고기가 떡밥을 좋아하는지 글루텐 미끼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그냥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제시할 뿐이다. 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잡혀 주는 것이라고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성을 다해 떡밥을 뿌리는 것, 미끼를 찾기 좋게 잘 빚어 놓는 것. 백 번 넘게 바늘을 던져 떡밥을 쌓았다. 오후에 시작해서 저녁을 먹고 밤참을 먹고 잠을 잘 때까지 물고기는 소식을 주지 않았다.

내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걸릴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나의 희망일 뿐이다. 물고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바늘을 드리우는 곳에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막연하다. 낚시는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작업이다. 새벽이 밝아오고 물고기가 배고플 시간에 또 미끼를 던진다. 물고기가 정말 배고픈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사람처럼 배가 고프겠거니 생각한다. 정성껏 미끼를 던지고 기다린다. 이게 뭔 짓인가 싶은 순간이 와도 정성껏 글루텐을 예쁘게 빚어 미끼를 던진다. 물고기가 좋아할 것이라고 믿고 던진다.

물고기를 잡는 날보다 못 잡는 날이 더 많다.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아침 물안개를 보면서 개구리 소리 새소리 들으면서 시원한 공간을 느끼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을 보낸다.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시간을 소비하고 오는 것이 낚시인 것 같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푸드득 한 마리 걸어 올린다. 붕어 한 마리가 나에게 잡혀 주었다. 반가워서 기념 촬영하고 다시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안녕, 다음 기회에 또 만나.

(원고지 4.7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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