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식탐

살면서 참 부끄러운 게 식탐인 것 같다. 더 먹으라고 챙겨주는 것이 고맙기는 한데, 내가 더 음식에 욕심을 냈나 싶어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먹을 것에 너무 눈길을 주었나, 이야기는 안 듣고 먹을 것만 쳐다보았나 싶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릴 때 여유 있게 먹지 못한 탓인가 하고 가정환경을 탓해 보기도 하고 바쁘게 살아서 제대로 못 먹다보니 식습관이 나쁘게 들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내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이삼십대 시기에 대충 때우는 식사만 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지내서 그런가, 여유 있게 먹어 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어느새 습관처럼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부족한 것 보다는 넉넉한 것이 좋고, 살짝 아쉬운 것 보다 살짝 배부르게 느껴지는 것이 좋다. 음식을 빠르게 먹는 편이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배부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배불러져 숨쉬기도 힘든데 알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 먹는 것은 습관이라는데. 먹는 것으로 고생하면서 왜 이렇게 멍청하게 먹었지 하고 후회하고 또 때가되면 배가 고파온다.

세상 귀엽게 굴던 강아지가 어느 순간 성적인 욕망을 드러낼 때 거참 곤란하다 싶다. 저런 모습만 없으면 참 귀여운데. 하지 말라고 말 한다고 해서 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성욕과 식욕이 아무리 본능이라 해도 제어하지 못하면 추하다. 성욕과 식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없애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는데 기쁨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활력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드러나야 할 시기와 드러나는 정도가 적당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안주를 먹고 있거나, 회의 중에 혼자 과자를 많이 먹고 있을 때, 작업 중에 간식을 배부르게 먹고 있을 때 문득 나의 식탐이 느껴져 부끄럽다. 남이 그러는 것을 보면서 좋지 않다고 느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천천히 먹고 조금 먹어야지.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원고지 5.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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