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트럼팻 선생의 매일 달리기

뒤풀이 자리에서 내 앞에 앉은 사람은 트럼팻 연주자였다. 정확하게는 트럼팻 연주자의 선생님이다. 트럼팻 연주가 직업이고 많은 제자들에게 레슨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다. 적당히 살집이 있고 푸근한 인상에 차분한 목소리다. 나와 내 동료가 있는 테이블에 트럼팻 선생은 혼자다. 어색 할 만한데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도 잘하고 또 잘 들어주어서 자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덩치가 적당해 보이지만 전에는 100킬로그램이 넘었어요. 원래 뚱뚱했던 건 아닌데 나이 들면서 점점 체중이 늘더라구요. 어느 날 학부형이 ‘선생님도 어쩔 수 없네요, 관리 힘드시죠?’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살 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고, 스스로 관리 못하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뭐라 말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지고, 나도 거울보기 싫었던 시기라 살 빼자! 하고 마음먹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단다. 운동복이나 운동화를 사려고 쇼핑을 한 것도 아니고, 달리기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 신던 크룩스 고무 신발을 신고,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추워서 입은 타이즈가 민망해 위에 반바지를 덧입고 나간다.

팔은 어떻게 들고, 다리는 어떻게 뻗고, 호흡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지 않았다.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 대충 달리는 것은 운동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빠르게 뛰었단다.

“뒤에서 무서운 개가 따라오는 것처럼, 바위가 굴러올 때 도망가듯 그렇게 달립니다.”

5분 길이의 음악을 6번 반복해서 듣는 동안 달려갔다가, 다시 6번 듣는 동안 돌아온다. 땀으로 샤워할 정도로 완전히 젖고 숨을 헐떡이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매일 아침마다 반복한다. 이제는 습관처럼 달린다. 코스와 시간대가 일정하니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렇지만 눈이오나 비가 오나 태풍이 부나 매일 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비가 많이와서 발목까지 물에 잠기는 날에도 뛴다고 한다.

“사람들은 내가 연주를 위해, 관악기니까 호흡에 도움이 되려고 운동하는 줄 아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살 빼려고 뛴 거에요. 호흡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체력이 좋아졌으니 도움이 되기는 하겠죠.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뛰다보니 괜찮아졌다. 살 빠진 것이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변화지만 변비도 없어지고 코골이도 없어졌다. 달리기 요령은 배우지 않아도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됐다.

“매일 달리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1년 넘도록 운동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온갖 핑계를 생각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발행하던 내 입장에서는 무서운 선생님이다. 어떻게, 한번 해 보는 거야?

(원고지 7.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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