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이게 난가

나는 빨리 배우는 편이다. 머리가 좋아서인지 학습 능력이 출중해서인지 알 수 없다. 그냥 눈치가 빠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배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쉽게 추월 당한다. 쉽게 배우고 쉽게 추월 당한다.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에서도 기초 부분을 지나고 나면 금방 막힌다. 학습 능력이 출중하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머리가 좋은 것도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다.

몸을 쓰는 영역에서는 남들보다 한층 느리게 배운다. 같은 시간을 연습해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잘 안 되니 분석을 하게 된다. 분석을 하니 내 실력 보다 남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쳐주려는 훈수만 늘었다. 같은 초보끼리 훈수질을 하니 꼴보기 싫을 것이다. 처음에는 고마워하던 사람들이 점점 끝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좀 재수 없는 인간이었을까.

학습을 하고, 실습을 하는 단계가 되면 대체로 남들보다 먼저 나서는 편이다. 남들 하는 것 지켜보면서 내가 못할까 봐 마음 졸이는 것보다, 잘하든 못하든 얼른 끝내고 지켜보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쫄아들어 숨이 차도록 긴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빨리 배우고, 훈수질하고, 남들이 모두 지켜볼 때 나서서 설쳐대는 모습이 잘난 척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내가 보는 남도 아마 그들의 뜻대로 표현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짜증 한 번 더 흘려보내고, 답답함도 한 번 더 잊고, 기다리고 양보하고 살아야지. 이 또한 생각대로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원고지 4.2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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